취득학위만 4개, 신학수 건강증진학과 교수(영남일보)
기계공학도 시절 교통사고 - 인체관심
대구대 입학식이 열린 지난 2일 학교 인근 식당에서 신교수를 처음 만났다. '입학식도 하고 교수님이니깐 정장차림이겠지'라는 기자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티셔츠에 점퍼차림이었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한 그는 "새내기들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늦었다"고 했다. 옷차림과 말투에서 '이러니 간단치 않은 이력을 소유할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학도였던 신 교수가 현재전공과
관련된 '인체와 운동'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포항공대(현 포스텍)3학년 때부터. 당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발목이 부러져 12주 진단을 받았다. 그 덕분인지 단기사병으로 군 복무를 하게 됐고, 그 곳에서 한의학을 전공하는 여러 동기들을 만나 인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나름대로 요통을치료하기 위해 신발에 두툼한 깔판을 손수 만들어 넣어보기도 하고, 4학년 때는 인체와 관련된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렇다고 예전부터 운동과 무관한 약골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 1천m 중장거리선수까지 했다. 포항공대 재학시절 심폐기능 측정 결과 전교생 중 가장 뛰어났고, 교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기업 입사 4개월 만에 사표... 공부
포항공대 졸업 후 그는 대기업인 한국중공업에 취업했다. 한자리에 오래동안 앉아 근무하는 일이 되풀이 되면서 많이 나아졌던 요통이 재발. 4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된다. 결국 이 일이 신교수의인생 역정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 참에 평소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로 했다. 체육학과 한의학을 놓고 고민하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체육학을 하자는 생각에 1998년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99년 2월 졸업과 동시에 3월 대구한의대 한의학과에 들어갔다.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수능시험 공부를 함께 한 것이다. 갑자기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후 '세상에서 공부가가장 쉬웠다'고 한 수업생의 말이 생각났다. 신교수도 같은 불류의 사람이겠거니 했다.
30세, 한의대 등 2개 대 동시 등록
30세에 한의대에 들어갔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예과 2학년 때인 2000년 경북대 대학원 박사과정(운동역학전공에서 심리학으로 전공변경)에 입학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심심해서'였다. 2개대학에서 동시에 공부하자니 수업시간이 겹쳐 애를 먹었고, 예비군 훈련통지서를 양 대학에서 동시에 받기도 했다. 2005년 2월 한의대를 졸업했고, 같은 해 8월 '시각 정보 변화에 따른 상황 인식의 변화'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도 받았다. 10여년 만에 한의사 자격증 1개를 포함해 학사학위 2개, 석사학위 1개, 박사학위 1개를 취득한 것이다. 침 놓는 게 싫어 한의원 개업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간혹 주변 사람들이 침을 놓아줄 것을 요구하지만 특별한 경우 외에는 침 놓기를 거절한다.
"인체·운동 한꺼번에 연구" 대학서 강의
한의대 졸업 후 1년간 대구한의대 한방스포츠의학과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3월 대구대교수로 임용된다. 건강증진하고가는 일반인 건강유지 증진, 심혈관 및 대사성 질환자의 건강관리와운동선수의 성공적인 재활 및 운동기능 향상을 지도 관리하는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교과목은 기초의학분야, 보건학분야, 운동과학분야, 현장실습분야 등으로 편성돼 있다. 그의 바람대로 인체와 운동을 한꺼번에 연구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 셈이다. 한의사 자격증을 갖고 대학에서 스포츠 관련학과에 재직 중인 교수는 국내에서 경희대 길재호 교수, 한국체육대 오재근 교수 그리고 신교수 등 3명에 불과하다.
한방스포츠·기공학 연구해 볼 계획
식사 후 신교수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에도 계속되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인터뷰 중 틈틈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고, 재학생들은 음교수를 들고 인사를 오기도 했다.학생들에게 꽤나 인기 교수인 듯했다. 연구실 바닥에 놓인 자신의 전공을 십분 발휘해 개발한 '물구나무서기 보조기구'가 눈에 띄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며 직접 물구나무서기 시범까지 보여줬다. 물구나무서기는 혈액순환과 몸의 균형작기를 도와 건강에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몸의균형을 잡는 신발도 개발 중이다. 신 교수는 "앞으로 한방과 스포츠를 접목시킨 제대로 된 한방스포츠 분야와 기공학 쪽으로 공부를 더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의 도전은 아직 멈추지 않는 듯하다. 어떤 일로 주변 사람들을 다시놀라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기억 기자